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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에어토리] 강연, 나의 창업스토리 그리고 광주
작성자 날마다자라는아이 (ip:220.117.248.77)
  • 평점 0점  
  • 작성일 2020-01-03 10: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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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1





최근 세 차례 저렇게 사람들 앞에서 특강 비슷한 것을 했다.

대전과 서울, 광주에서였다.

창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예비창업자나 창업 초기의 사람들을 위한 멘토링 행사다.

나도 창업을 마음먹은 2015년 겨울과 이듬해 봄에 이런 설명회나 멘토링 행사를 많이 다녔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서 이런 이벤트는 큰 도움이 된다.




사실 나도 저런 설명회에 가면 으레 발표자로 나오는 창업선배의 창업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성공의 요인으로 지목한 것과 실패의 요인으로 지적한 것이 같은 경우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어떤 제품을 만들고 판매가를 책정한다고 가정하자.

어떤 이는 고급화 전략으로 고가정책을 펴라고 하고, 어떤 이는 박리다매로 저가정책을 펴라고 한다.

시간이 흘러 그는 고가정책으로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결국 성공기는 그것을 말하는 사람의 의미부여 혹은 자아도취인 경우가 많다.

또한 자랑의 본질 상 그것은 과장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아무튼 그래서 창진원에서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망설였다.

그리고 내가 했던 선택이나 전략적 판단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담백하게 내 지난 3년의 시간을,

유모차 공기청정기의 아이디어로 지원을 받고 개발을 시작하고 에어토리의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해 중국에 가고 어떻게 생산하고 판매했는지를,

나름 시간과 정성을 들여 강의안에 담았다.

자랑처럼 들리는 요소들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겸손을 유지했다.

나도 지금 겨우 한 단계를 지났을 뿐, 앞으로 후속 제품을 론칭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는 앞에 있는 청중들과 나는 큰 차이가 없다.(실제로 나는 최근 용인으로 멘토리을 받으러 다녀왔다)

세 번의 특강이 내게 의미있었던 건,

강의안을 만들면서 지난 약 4년의 시간을 아주 꼼꼼하게 돌아보았다는 점이다.

새로운 영역(IT고 난 이 분야 역시도 문외한이다)의 제품을 개발하느라 다시 초심자가 된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초심이다.



어제 발표를 했던 곳은 광주, 그 중에서도 옛 도청(지금은 아시아문화센터)에서 가까운 창업 거점이었다.

지금은 부장판사와 개업의인 형들을 키운 호랑이 이모 밑에서 1년간 재수 생활을 했는데,

그때 매일 오가던 길이 광주일고, 우다방, 충장로, 도청, 대성학원이었다.

그러니까 나태함과 모호한 꿈, 의욕없는 눈빛을 지닌 애송이 청년이 28년 만에 같은 길에 선 것이다.

슬프게도 이 도시는 거의 완벽하게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다못해 양동시장 옆 이모네 집도, 그 앞에 있었던 목욕탕도, 그대로였다)



발표를 마치고 간만에 이모 집을 찾았는데 출타 중.

치마살이랑 귤 한 박스를 사러 간 양동시장에서 떡볶이 빛깔을 보고 지니가 램프에 들어가는 포즈로 빨려 들어간 식당에서 팥죽을 먹었다.(흰통에 담겨있는 건 설탕. 전라도에서는 팥죽, 팥칼국수에 설탕을 한 숟가락을 때려 넣어야 제 맛)

철학관을 오래 운영하셨던 이숙(나는 어릴때부터 이숙이라 불렀는데, 어느 지역에서는 이숙이라는 말을 못 알아들었다. 이숙은 이모부다)이 쓴 관상책을 최근 두번 정독했더랬는데, 어젠 저자로부터 직접 얼굴에 대한 얘기를 긴 시간동안 들을 수 있었다.

수줍음 많고 말을 더듬고 부주의하고 야무진 구석이 없던 아이로만 나를 기억하는 이숙은 내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시고는 조금은 흡족해하셨다.

많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마지막은 이것이었다.

돈 담을 그릇은 만들어졌으니 잘 될 것이다

열시에 이모집을 나서 새벽 2시쯤 집에 돌아왔다.

무척 피곤한 하루였지만, 강연에서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어린 시절의 추억도 돌아보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얻게 되어 마음은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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